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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금요일 낮에 즐기는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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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의 일입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해서 나름 연차가 쌓였다고 생각하지만 인간관계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일하러 만난 사람들이라지만 최소한의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는 되어야 할 텐데 그 조차 어려워서 힘들기만 하네요. 나만 이런걸까? 다른 사람들은 수월해 보이는데 왜 이러나 싶은 마음에 마음이 지옥이었습니다. 어지럽게 헝클어진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외근 나간 김에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 들렀습니다.

키오스크로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저 다음으로 와서 주문하시는 손님이 키오스크로 주문하시면서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을 들고 계셨습니다. 통화 중인가 봅니다. 통화 내용이 들려왔습니다. 이미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느라 멀어질 수는 없고,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을 응시하며 제 커피가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분도 회사 생활에서 인간관계로 힘이 드신가봅니다. 지인에게 여러가지 힘든 점들을 토로하는데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그분이 힘들어하시는 그 심경만큼은 저와 별로 다르지 않아서 공감이 되었습니다. 앗 이런.. 엿듣는 건 실례지만 딱 알맞은 타이밍이 제가 주문한 커피가 나와서 얼른 커피를 받고 커피 전문점을 벗어날 수가 있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힘들어 하는 그 부분에 있어서 저도 동질감을 느꼈나 봅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지라 말로 위로의 말씀은 드릴 순 없었지만, 마음으로나마 화이팅을 수십 번 외쳐드렸습니다.

금요일 오후 이제 몇시간 후면 퇴근입니다.

이제 주말내내 쉴 수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탕비실에 있는 드립커피에 뜨거운 물을 넣으면서 조용히 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이 드립커피가 다 내려지면 저는 다시 무거운 공기가 감도는 사무실 안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아... 다시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애써 얼마 전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저만 힘든게 아니라는 그 사실을 실제 저의 오감으로 느꼈던 그 경험을 떠올리고나니 왠지 모를 위로가 되었습니다.

벌써 금요일 오후가 되었습니다.

힘든 취준 생활을 끝내고 받은 최종합격통지서. 주변의 축하와 부모님께 마침내 자랑스러운 자식이 된 것 같아서 기뻤던 것도 잠시. 내가 버는 월급은 한달간 인간관계 스트레스를 잘 극복했다는 훈장 내지는 위로금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이 생활을 10년, 20년, 30년간 이어가는 걸까?

막막해지는 순간이 많지만, 그럴수록 오늘 하루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드립커피에 집중하는 이유

하루는 집에서 드립커피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동생이 '와~ 커피향 좋네'라고 말합니다. 

커피 향이 좋다고? 커피를 내리면서도 주중에 있었던 직장 스트레스를 곱씹으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저는 커피 향이 좋다는 동생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제서야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어 봤습니다. 비로소 커피 향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숨을 제대로 쉬고 있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말인데도 여전히 마음은 직장에 출근해 있었나 봅니다.

 

그 날 이후로 의식처럼 하루 한 번은 드립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드립커피를 내리는 그 순간만큼은 커피향을 오롯이 느끼면서 제대로 호흡해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회사 탕비실에서 드립커피를 내리면서 멍 때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대신 출근시간에 5분만 일찍 일어나서 드립커피 내리면서 행복을 느끼고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커피 한잔으로 아침에 잠 깨기도 좋지만, 기분 좋은 커피 향에 오늘 하루도 잘 부탁한다는 기도의 마음도 살포시 내비쳐봅니다. 

 

생활하면서 힘든 일들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힘든 일의 크기보다 더 큰 행복으로 내가 느끼는 힘듦이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삶도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리고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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